top of page

식탁에서 쇼파, 쇼파에서 바닥으로

​전정한 한국인이라면, 쇼파는 등받이로 써야 제 맛

Lee

2021년 9월 9일

1.선조들은 방안에서

1911년, 독일인 신부 노르베르트 베버가 식민지 조선을 찾았다. 성베네딕트 수도회에 속한 베버 신부 일행은 경기도 안성의 가톨릭 교우촌에서 식사 대접을 받았다. 그들 앞에는 식사가 차려진 소반이 놓였다. 거구의 서양인들이 방바닥에 앉아 높이 30㎝의 작은 상 위에 있는 음식을 먹기란 쉽지 않았다. 훗날 베버 신부는 “어색한 자세로 방바닥에 앉으려니 다리가 어쩔 줄” 몰랐다는 기록을 남겼다. 흔히 상에 빙 둘러앉아 밥과 국을 제외한 음식을 나눠 먹는 것을 한국 음식 문화의 고유한 특징으로 여긴다. 일제강점기와 해방, 산업화 시기를 거치면서도 우리가 생각하는 높은 의자와 식탁 위에서의 ‘상차림’의 평준화가 일어난 것은 놀랍게도 1990년대 이후다.

우리의 선조가 바닥생활을 선호하게 된 이유에 대해서는 다양한 견해가 나타나고 있다. 첫번째 의견은 농경민족과 수렵민족의 차이에서 오는 것으로 식물적, 정적인 한국인은 동물적, 동적인 서양인에 비해 바닥에 몸을 접촉하는 것을 좋아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다소 귀여운 이유이다. 두번째 의견은 아랍인 역시 바닥에서 식사하는 것을 예로 들면서 이것은 온돌 문화 등에서 비롯된 문화라고 봐야 한다. 개인적으로는 후자의 의견에 더 공감이 간다.

앞서 말했듯 가족 구성원들이 함께 식사를하고 이야기를 나누는 공간은 바닥에서, 곧이어 식탁으로 변경되었다. 하지만 개인의 개성과 다양한 기능을 겸비한 스타일의 가구가 등장함에 따라 자연스럽게 식탁에서의 행동은 쇼파로 이어졌다. 하지만 지금은 다시 한 바퀴를 돌아 바닥으로 돌아가는 것 같다.
우울하다는 뜻은 아니고, 정말 뜨끈한 바닥 말이다.


2.우리는 어디에서 ?

최근 각종 SNS와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한국인의 소파활용 특이점'이라는 제목으로 MBC 예능 프로그램 <나 혼자 산다> 출연진들의 일상모습이 공개도 웃음을 자아내고 있다. 해당 게시물 속에는 그 동안 <나혼자 산다>에 출연했던 많은 연예인들의 일상생활 모습이 열거 되어있다. 태양, 권혁수, 준호, 한혜진등 이들의 모습을 각양각색이다. 그 중에 눈에 띄는 것은 바로 소파가 있음에도 본연의 목적인 앉는 방식으로 사용하지 않고 기대는 용도로 사용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스타들의 모습을 보고 역시 그들도 다 똑같이 사는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나 뿐만 아니라 많은 사람들이 이 글을 보고 크게 공감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사실 이러한 형태는 우리의 식문화와 연관이 있다. 주로 먹게 되는 음식의 가짓수가 다시 적어지면서 굳이 '음식'에 집중해야할 필요가 없기 때문에 다시 바닥으로 내려가게 된다는 것이다.

바닥문화 생활은 그들의 더욱 깨끗한 바닥 생활을 유지하기 위한 스팀청소기, 로봇청소기로써의 발전으로 이어졌다. 또한 바닥을 선호하는 한국인들의 특성에 맞추어 퍼시스의 프리미엄 소파브랜드 <ALLOSO>는 저상형 모듈 소파를 개발하며 소비자들의 큰 호응을 이끌기도 했다.

한국인들의 이러한 특이한 문화는 또 다른 문화를 낳고 다양한 형태로 발전하는 양상을 보인다. 과연 이 이후에 우리는 어디서 생활하게 될까? 그리고 당신이 가장 선호하는 자리는 어디인가? 바닥? 식탁? 아님 쇼파?

bottom of pag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