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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식과 와식의 경계

​전정한 한국인이라면, 쇼파는 등받이로 써야 제 맛

WOO

2021년 8월 4일

1. 좌식은 알겠는데 와식은 뭔데?
이 글을 읽는 이들은 ‘좌식’이라는 단어를 들어본 적 있을 것이다. 좌식을 검색해보면 나오는 사전적 의미는 ‘ 방과 마루 따위의 바닥에서 앉은 채로 생활하는 방식’을 일컫는데,
조금 특이한 점은 그저 앉는 방법 뿐만이 아니라 생활 하는 방식 전체를 아울러 ‘좌식’이라고 뜻한다는 것이다.

좌식는 와식 보다는 다소 넓은 의미로 사용 되어왔다. 좌식과 비슷한 의미인 입식과는 바닥에 앉는 다는 점에서 분리되고, 훨씬 긴 역사를 자랑한다. 가구란 게 없던 시절에는 의자도 없었을 것이 당연하기 때문이다. 한국과 일본은 가구 내에서 전체적으로 좌식 및 맨발 문화를 갖는 유이한 국가이다. 다른 아시아는 좌식을 하더라도 카페트나 깔개 위에서만 한정되며, 동아시아라도 한일과 달리 중국은 예외적으로 몽골족과 만주족의 영향을 받아 좌식에서 입식으로 변화했다. 그 외의 아시아인들 중, 유목민들은 입식이 많다.

조금 특이한 점은 온돌방식이 보편화 되기 이전 한반도는 입식이 보편적이었으나 17세기 들어 온돌이 보급되며 다시 좌식문화를 선택했다는 것이다. 그래서 태조 왕건처럼 그 전 시대 사극을 보면 바닥에 앉는 조선시대 사극과 달리 침대와 의자를 사용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입식에 비하면 좌식은 필요한 가구가 적은 특성상 압도적으로 비용과 공간이 절약된다. 장롱처럼 수납에 필요한 가구만 들여놓으면 되는 특성상 한 방에서 여러 가지 일을 하는 것이 가능하다. 상을 펴고 밥 먹던 방에다 그대로 이불을 깔고 잘 수 있다. 한옥에서 안방, 건넌방, 사랑방 등으로 위치에 따른 공간 구분은 있어도 입식문화권과 같은 거실, 침실 등의 기능적 구분이 거의 없는 이유이기도 하다.

2. 그렇다면 와식은 어떨까?
사실 와식의 본래 뜻은 일을 하지 않고 놀고먹는 다는 뜻(臥食)이다. 하지만 현재에 와서는 좌식(座式)과 반대되는 개념으로 공용되며 쓰이고 있다. 다시 좌식 선택한 선조들과 다르게 현대에서는 좌식도 입식도 아닌 와식을 선택한 ‘와식인간’들이 늘어나고 있는 것 같아 보인다. 그에 대한 증거로 ‘호캉스’, ‘눕는카페’ 처럼 편안한 자세로 휴식을 취할 수 있는 상업 컨텐츠들이 성행하고 있다는 점을 꼽을 수 있겠다. 와식 직결 되는 쉼의 인기가 높아진 이유에 대해서는 전염병에 대한 두려움과 각박한 사회에 대한 반항의 의미가 섞여 있는 것으로 유추된다.

코로나 훨씬 이전부터 N포세대라는 말을 들어본적 있을 것이다. N포세대는 사회적 상황으로 인해 취업이나 결혼 등 여러 가지를 포기해야하는 세대를 일컫는 신조어였다. 그 다음은 ‘욜로족’이라는 말이 등장했다. 현재 자신의 행복을 가장 중시하고 소비하는 태도를 취하는 이들을 뜻하는 말이다. 우리가 와식에 집착하게 된 것도 이것들과 좀 비슷한것 같지 않은가? 여러가지를 포기 해야하는 상황 속에서 휴식의 행복만은 놓치고 싶지 않아하는 인류의 새로운 생활방식이라고 볼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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